발레하는 할머니들의 인문학, 오디세이를 만나다.
학창 시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를 읽었다. 그때는 고전이니까 한 번쯤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신과 영웅이 등장하고 전쟁과 모험이 펼쳐지는 먼 옛날의 신화와 전설로만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렇게 지나쳤던 이야기들이 내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간의 의지, 유혹 앞에서의 선택, 사랑과 기다림, 용기와 지혜가 어느새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좌표가 되어 있었다.
4년 전, 독서 모임을 통해 그 고전을 다시 만났다. 같은 이야기인데도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책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었다. 젊은 날에는 신화와 모험담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수많은 방황과 시련 끝에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를 묻는 인생의 여정으로 읽혔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나는 할리우드 차이니즈 시어터로 향했다. 원작과 다른 해석도 있었지만, 그 다름 속에서 창작자의 독창적인 시선을 발견했다. 수천 년 된 고전을 오늘의 감각과 상상력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 그것 또한 예술의 힘이 아닐까?
영화가 끝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들은 함께 웃고, 배우고, 춤추는 우리 실버 발레팀이었다. 내가 받은 감동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 우리는 발레 수업도 빼먹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바를 잡고 플리에와 탄듀를 할 시간에 나란히 극장에 앉아 호메로스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사이렌의 신화와, 오늘날 스타벅스 로고의 이미지 역시 그리스 신화 속 두 꼬리를 가진 사이렌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수천 년 전 신화 속 존재가 오늘날 우리의 일상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에 모두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영화 속 장면 하나가 문학과 신화, 예술과 일상을 이어준 것이다.
그러자 한 학생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는 인문학과 예술을 아는 할머니들이네요!”
모두 웃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발레도 하고, 호메로스를 이야기하고, 영화 속 신화와 예술까지 논하는 우리! 이 정도면 조금 으쓱해도 되지 않을까? 그것은 허세가 아니라 세월을 배움으로 바꾸어 온 발레하는 할머니들의 유쾌한 자부심이었다.
나는 발레가 단지 동작을 배우는 예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춤은 문학과 음악, 미술과 역사, 신화를 만날 때 더욱 깊어진다. 문학을 알고 춤을 보면 몸짓 속 이야기가 보이고, 음악을 이해하며 춤을 추면 작은 동작에도 삶의 감정과 시간이 담긴다.
젊은 무용수의 몸에 가능성과 테크닉이 있다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몸에는 인생의 이야기가 있다. 높이 뛰고 많이 도는 것만이 춤의 아름다움은 아니다. 지나온 시간이 한 걸음에 스며들고 살아낸 감정이 손짓으로 피어날 때, 몸은 자신의 역사를 말한다. 그것이 세월이 만들어내는 춤의 미학이다.
오디세우스에게 긴 항해가 있었듯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오디세이가 있다. 잔잔한 바다도 있었고 폭풍도 있었으며, 때로는 길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아름다운 것에 감동하며, 춤춘다.
우리는 세월을 견뎌온 사람들이 아니라 세월을 춤추는 사람들이다! 오늘도 다시 발끝을 세운다. 우리의 오디세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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