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4월,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델라웨이 부인 (Mrs Dalloway)이었다.모더니즘 문학은 사건보다 마음을 따라가는 문학이다. 생각과 감정,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흐르며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다기보다, 한 사람의 의식 속을 함께 걷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은 정신을 차리고 읽지 않으면 금세 길이 다른 데로 새버린다. 무엇을 읽었는지 놓치는 순간, 이미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다. 쉬운 듯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아, 이것이 바로 내 의식의 흐름이구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된다.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 하고.
나는 이미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To the Lighthouse)를 읽었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Ulysses)를 통해 모더니즘 문학의 흐름을 따라왔다. 앞으로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을 이어서 읽을 예정이다. 또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In Search of Lost Time)는 1권을 읽었고, 이어서 2권과 3권, 4권까지 계속 읽어갈 계획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등대로는 2022년 4월 1일에 읽은 책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분명 읽었지만 내용은 또렷하지 않다. 그래서 다시 읽게 된다. 책은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과정은 발레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몸에 새기는 과정과 닮아 있다.
작년 4월, 시거스트롬 센터 (Segerstrom Center for the Arts)에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American Ballet Theatre)의 공연으로 본 울프 웍스 (Woolf Works)는 이 작품을 몸으로 이해하게 만든 계기였다. 그 이후로 나는 글을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단 하루의 이야기다. 이반 솔제니친의 수용소의 하루 (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Ulysses)처럼 하루를 통해 인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있다. 그러나 델라웨이 부인은 사건이 아니라 마음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더욱 깊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한 문장으로 열린다. “꽃은 제가 사러 가겠습니다.” 이 한 문장 안에는 스스로 움직이려는 의지와 삶을 선택하려는 조용한 결심이 담겨 있다. 그러나 동시에 ‘델라웨이 부인’이라는 이름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역할과 위치도 함께 드러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또 하나를 말해준다. 한 사람 안에는 여러 개의 ‘나’가 존재한다는 것. 클라리사 라는 나, 델라웨이 부인이라는 사회적 이름의 나, 그리고 타인이 바라보는 또 다른 나. 모두 같은 나이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춤을 떠올렸다. 아침은 바에서 시작되고, 낮은 자연스럽게 흐르며, 저녁은 하나의 공연처럼 완성된다. 하루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움직임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삶을 춤추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나를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독서 모임에서의 토론은 또 다른 춤이었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해석은 모두 달랐다. 그 차이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아는 일이 아니다. 그 안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석하며, 삶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결국 나의 몫이다. 우리는 소설 속의 어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부정이 아니라 성찰로, 모방이 아니라 깨달음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독서는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킨다.
독서는 나에게 가장 깊은 연습이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내 삶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깊은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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