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그대여! 너의 마음을 알 거 같어…

팜프파달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이 평생을 함께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을 중학교 때 받았었다. 계몽사의 소년, 소녀 세계문학 전집이다. 책이 집안의 장식품었던 그 시절에는 집집마다 응접실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벽에는 스킬자수 그림이 붙어 있는 게 유행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 돌아와 집에 오니 내방에 책장 가득히 문학 전집이 꽂혀 있었다. 얼마나 신이 나던지 밤새워 책을 읽었고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거 같은 착각으로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분노하고, 웃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책 읽기 취미는 살아가면서 지루한 시간이 오면 혼자서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바쁘다는 핑계로 고전과 멀어졌다. 전공 무용 서적 보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나는 최근 아주 특별한 낭만 독서모임에 조인했다. 매달 첫째 금요일 7시에 모여 한 달 동안 회원들이 선정한 고전 책을 읽고 토론한다. 3월 한 달 동안 빅토르 위고의 ” 파리의 노트담”을 읽고 4월 첫째 금요일에 모여 열띤 토론을 하였다. 불문학 박사, 영문학박사. 화가, 치과의사, 나사에서 화학을 연구하시는 분. 신문사 칼럼이스트 소그룹이지만 멤버가 쟁쟁하다. 영문 원작을 읽는 분도 있다.

“ 파리의 노트담” 중학교 때 읽었을 땐 참 쉬웠는데 고전을 다시 읽기가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다. 민음사의 2권의 두꺼운 원작 번역 책을 읽는다. “일상이 바쁜데 쓸데없는 짓이야..” 하고 한 달 동안 몇 번이나 책을 내팽개치기도 하였고, 침대에 누워 읽으면 두 장을 넘기기도 힘들었다. “그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 책만 읽었는데 포기할까? 아니야! 너는 할 수 있어. 렘브란트, 베르메르, 마티스, 고흐 등 수많은 예술가들을 매혹시킨 책 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봐. ‘책 읽는 여자’는 섹시하고 매력적이잖어.” 하며 하루에도 몇 번을 마음속에서 변덕을 부렸다.

여행 갈 때 비행기 안에서, 미장원에서도, 찜질방에서도,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나는 한 달 내내 정말 시간 나는 데로 읽었다. 어떤 날은 읽지 않더라도 매일 들고는 다녔다. 드디어 해냈다. 에스메랄다는 춤을 춘다. 춤 때문에 팜프파탈 치명적인 매력으로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하는 운명, 정해진 숙명이 되어버린다. 나의 새로운 각도의 견해에 모두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생각이라 하였다.

왜 이렇게 뿌듯할까?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여러분, 이 사람을 보라!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하지? ,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하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글을 쓰지? 니체 그대여! 너의 마음을 알 거 같아 하며 스스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컴퓨터에 완성된 칼럼을 프린트로 클릭하고 프린터 기계에서 나오는 한 장의 종이의 “사각사각” 소리를 들을 때 나는 나르시즘에 빠진다. 나는 한 장의 종이를 들고 무대에 선다. “댕큐 댕큐”를 연발하며 발레리나처럼 한발을 뒤로 포인하고 관객에게 인사를 해본다. 나의 새로운 미션 나의 새로운 도전, 매달 한 권씩 고전을 읽으면 앞으로 나는 몇 개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4.30.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