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는 나를 공부하게 만든다.

  발레 동작중에 “ 훼테”(fouette)가 있다. 훼떼는 ‘회초리로 때린다’는 뜻으로 한 다리를 들어 회초리처럼 채찍하듯 빙글빙글 도는 동작이다. 발레에 관심이 있다면 백조의 호수 3막에서 오딜의 32회전을 알 것이다. 처음 배울 때는 한 바퀴도 돌기 힘들다. 발레리나가 넘어지지 않고 한 곳에 서서 훼테 32회전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발레를 전공한다고 해서 누구나 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한자리에서 돌아도 어지러움을 참을 수 있는 것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땀 흘리고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연습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매일매일 도전과 연습을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자신감과 성취감이 생기고 뭔가 뿌듯한 느낌이 생기게 된다. 훼테는 삶이 힘들어질 때 회초리를 맞듯이 정신을 다시 가다듬고 한 곳을 보고 앞을 나가라는 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발레를 알면 알수록 발레의 매력에 빠진다.

 코로나 19는 나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하루 종일 발레를 가르치던 나의 바빴던 일상은 멈추었다. 3월 16일부터 캘리포니아는 3개월간 긴 섯다운을 하였고 6월 말 다시 오픈하는가 싶더니 2차 섯다운이 또 시작되었다. 뉴스에서는 날마다 코로나로 인해 더 심각한 상황만 나온다. 진발레스쿨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8월의 정기 발표회도 취소되었고 기약 없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멈춤의 힘든 시기가 언제까지 계속될건지 미래를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바라볼 수만은 없다. 예술계는 영원히 멈추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고 변화를 모색한다. 전 세계가 온라인에서 공연을 하고 미술관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로열발레단 등 무료 온라인 스트리밍을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헤밀톤 뮤지컬, 비욘세 라이브 공연, 방탄소년단, 블랙 핑크 등이 모바일을 통해 관중을 만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이 온라인 공연을 즐기고 있다.

앞으로는 언컨택 뉴노말 시대다. 예술도 이젠 SNS를 통하여 디지털 세상과 소통을 한다. 코로나의 위기가 아날로그 세대인 나를 눈뜨게 만들었다. 시대에 뒤떨어져지지 않으려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온라인 신기술을 배워야 한다.

진발레스쿨 웹사이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신문사 볼로그에 “ 진최의 무용 야기”칼럼을 매일 업데이트한다. 낭만 독서모임, KAWA의 현대미술사 강좌도 열심히 듣는다. 이제 예술은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 훼테 ”를 생각하며 새벽 두시가 되었어도 열심히 공부한다. 배울게 너무 많고 독학 공부가 잘 안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발레는 나를 공부하게 만든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점점 나아지는 나의 삶을 발견한다. 춤을 출 수 있고 뭔가 배울 것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지금 이 순간이 나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행복하다. 날마다 새벽까지 SNS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소통하려는 나의 노력에 스스로 대견해한다. 이 순간, 나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발레는 나에게 계속 공부를 하라고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