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앗! 오늘이 돈 죠반리 보러 가는 날이네.” “ 뭐라고 돈 주어 받냐고? ”남편의 답변에 그만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일 년 전에 오페라 시즌티켙을 사놓고 공연날짜를 달력에 마크도 안 해놔서 오늘이 돈 죠반리 오페라 공연 보러 가는 날짜인지도 모르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나마 LA 오페라에서 이메일로 오늘이 공연이니 한 시간 정도 일찍 오라는 친절한 메시지가 와서 그제야 알았다. 오랬만에 나들이로 문화생활을 즐기러 뮤직센터에 왔다. 8월부터 시작한 진발레스쿨 무용공연이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그동안 아무런 공연을 보러 가지 못했다. 공연장을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오페라공연일 때는 객석이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차버린다. 저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 마니아일까? 다 이해했을까? 파킹하는데 30분 이상 걸려 첫 장면을 놓쳤고 팸플릿을 읽을 시간도 없었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밝다. 발레나 컨템퍼러리 댄스 공연 때는 빈자리가 많은데 참 대조적인 풍경이다.
누군가 나에게 발레의 역사, 인물, 동작이름, 그리고 작품을 말해 보라고 하면 몇 시간도 떠들 수 있게 술술 말이 나오는데 오페라, 음악을 물어보면 말이 막힌다. 다 그게 그거 같고 모르는 이태리말로 노래를 들으니 자막이 뜬다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고, 모든 오페라는 다 비슷해 보인다.
이번 공연은 사전에 공부를 안 하고 그냥 모차르트 작품이라는 것만 알고 오페라를 보기 시작해서 그런지 보면서도 공연 내내 내용이 이해가 안 갔다. “ 바람둥이 남자귀족이야기 언젠가 본 거 같은데 리골레토였나? 피가로의 결혼이었나? 뭐지? 헷갈리지? 모차르트 음악은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전체적으로 이렇게 음악이 쳐지고 무거울까? 단지 7명이 무대를 이끌며 몇 시간 공연을 하네.. 짧게 하지.. 왜 이렇게 긴 거야? 좀 지루하네.. 내가 아는 음률이 벌로 없네.. 아아!!! 몇백 년이 지나도 왜 이 오페라가 유명할까? 이 내용을 발레로 만들어 보면 어떻게 그림이 그려질까? 무대 뒷 배경은 끝네주네. 이층 집이 한가운데 있고 자동으로 집이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장면이 바뀌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아이디어는 정말 새롭네, 물감이 떨어지듯 조명이 집을 덮는 저조명은 뭘까? LED인가? 돈 엄청 들었을 거 같은데 역시 LA 오페라라면 가능한 일이지 나도 저런 아이디어로 대작을 만들고 싶은데 문제는 돈이구나! 돈 죠반리를 초연했을 때는 이렇게 안 했을 텐데!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대단하구나! 단지 음악만 잘한다고 공연이 성공하는 게 아니야 대작을 만들려면 투자를 해야 하지.. 이래서 예술은 종합예술이고 모두가 함께 공동작업을 해야 대작이 나오지.. 미리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내 짧은 지식과 무지를 통감하고 공연 내내 집중을 못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한탄 아닌 한탄을 하며 온몸을 비틀고 있였다.
같은 생각을 했을까? 2막이 시작할 때는 내 옆자리 사람들은 자리를 떠났다. 4시간 가까운 긴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다리에 쥐가 나서 계단을 내려가기도 힘들었다. 집에 돌아와 이제야 책을 뒤적이며 열심히 돈 죠반니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해본다. “ 돈 죠반리”에서 돈은 미스타라는 호칭이고 죠반리는 평범한 이름이라는 것도 이제 알았다. 아무튼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어떠하리! 오페라를 보면서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만 있으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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