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발끝까지 인간의 육체가 그리는 가장 길고 아름다운 수평선의 포즈… 초등학교 시절 영국 로열 발레단의 프리마돈나 마고트 폰테인의 빈사의 백조 아라베스크 포즈를 보고 나는 발레의 마력에 빠졌고 내 인생을 발레에 맡겼다. 정신이 확 들었다.

 

우리는 먼저 발레라는 이미지를 상상하면 목선과 손과 발이 긴 무용수가 한 마리의 백조처럼 우아한 몸짓으로 아라베스크 동작을 하고 있는 모습을 공연에서 떠올리게 된다. 발레 동작을 보면 아라베스크란 용어가 있다. 발레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아라베스크는 아랍에서 만든 장식 이름으로”아랍식의 풍”이라는 뜻으로 무어 인의 기하학적인 무늬와 독특한 아름다운 곡선 문양 장식품의 이름이다. 발레의 아라베스크 라인도 발끝부터 다리 등 머리 팔 손끝으로 이어지는 동작은 매우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얼뜻 보기에는 손과 다리를 들어 올리는 쉬운 동작인 것 같으나 막상 따라 해 보면 어깨가 올라간다든지 골반이 올라간다든지 무릎이 굽혀진다든지 어정쩡한 포즈를 만들게 되며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상체 등의 척추의 힘으로 움직임이 달라질 때마다 온몸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한 동작이 바로 아라베스크다. 그래서일까 발레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 또한 아라베스크 포즈 사진이 별로 없다. 아니 정확이 말하면 아라베스크 사진을 찍기는 많이 찍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다. 그만큼 완벽한 포즈를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내가 발레를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발레 한 동작마다 최선을 다해야만 아름다운 선이 나오듯이 우리의 삶에도 목표를 세우고 신념과 의지로 최선을 다할 때 아름다운 삶을 가질 수 있다는 끊임없는 교훈을 받기 때문이다. 아라베스크 동작을 할 때 끊임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균형 감각 발목과 무릎 골반의 위치, 손끝 하나, 발끝 하나 모두 신경을 써야만 한다. 어느 한 곳이라도 어긋나면 자세는 흐트러져 버린다.

 

내 몸은 지나온 삶의 무게만큼 뻣뻣하고 무겁게 굳어져 있다. 아라베스크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섬세하고 디테일한 연습을 하며, 땀 흘리며 수백 번이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지나온 내 삶을 다시 들어다 본다. 조금씩 깨달으며 나를 찾고 강인한 의지력 배우게 된다. 아름답지만 노력 없이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 동작이다. 우리의 인생도 아라베스크 동작처럼 길며 수평적이고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지키는 힘이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을 갖고 매사에 노력한다면 아름다운 인생의 아라베스크 포즈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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