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발레의 협업 “알렉시스의 크리스마스” Musical Ballet Collaboration.
색다른 작업, 뮤지컬과 발레가 한 무대 위에서 만날 때 생기는 에너지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다. 지난주 반지달 갤러리아에서 열린 극단 이즈키엘의 가족 뮤지컬알렉시스의 크리스마스”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3일 동안 5회 공연이 이어졌는데, 관객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며 연말의 특별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공연 주연 배우들은 LA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었고, 여기에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이 함께 특별 출연했다. 길을 잃은 아이를 인도하는 천사 역과 아이들의 호두까기인형 발레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니, 순식간에 따뜻한 크리스마스 감동이 퍼져 나갔다.
알렉시스는 부유한 상속인의 딸로, 크리스마스가 뭔지도 모르고 자란 12살 소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을 몰래 빠져나오면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라는 신기한 세계를 체험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배운다. 결국 스스로에게 쳐 놓았던 벽을 허물고,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진발레스쿨에 처음 공연 제의를 받았을 때, 나는 바로 대학 시절 열심히 무대에 섰던 뮤지컬 공연들이 떠올랐다. 학창시절에는 뮤지컬 배우가 그렇게 멋져 보이기도 해서, 잠깐 꿈을 꿔본 적이 있지만 노래 실력이 따라주지 않아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발레 쪽에 정착해버렸다. 그래도 한국 동숭동에서 윤복희씨가 이끄는 극단에서 무용 안무를 했던 추억도 있고, LA에서도 뮤지컬 “용서” 무용 안무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 흔쾌히 협업을 결심했다.
뮤지컬과 발레가 한 무대에서 만나면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두 나라가 아름답게 화해한 듯한 느낌이 든다. 뮤지컬은 음악과 대사를 통해 감정을 풀어내고, 발레는 말 대신 몸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각기 다른 언어를 쓰지만 함께 어우러지면 완전히 새로운 시너지가 생기고, 관객은 훨씬 깊게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발레가 등장하는 순간, 갑자기 공기가 달라진다. 이야기를 단지 ‘듣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감정에 함께 빠져드는 마법 같은 체험이 시작되는 거다.
그 중에서도 4살부터 7살까지의 꼬마 발레리나 7명이 보여준 호두까기인형 발레는 정말 앙증맞고 귀여웠다. 보통은 한 번 공연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무려 5번이나 같은 무대를 올렸다.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매번 조금씩 자라더니, 마지막 공연 때는 눈부시게 잘해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와, 학부모들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음을 지었다. 몇 달 동안 땀 흘린 연습이 단지 3분 남짓한 공연을 위해서였지만, 그 순간에 모든 노력이 빛나고 말로 다 못할 뿌듯함이 샘솟았다. 이런 느낌은 예술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다.
결국 뮤지컬과 발레의 결합은 예술 세계를 한 뼘 더 넓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이 음악과 연기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발레는 몸과 마음으로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이렇게 만나 탄생한 무대는 어설픈 타협이 아니라, 온전한 예술의 형태로 완성된다.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걸 넘어서, 두 장르가 함께 빚어내는 폭발적인 감동을 체험한다. 이번 “알렉시스의 크리스마스”가 바로 그런 무대를 만들어냈고. 이렇게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해준 “알렉시스의 크리스마스” 뮤지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는 이즈키엘 단장님의 겸손과 열정에 또 한번 놀랬다. 우리모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공연이었고, 함께 만든 이 소중한 순간들을 오래오래 간직할 것 같다. 예술은 결국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이 만나서 만들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협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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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발레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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