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발레단 마이얼링 공연리뷰
초등학교 때 세종문화회관 개관식 때 로열발레단의 마고트 폰테인의 공연을 보고 나는 발레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후 로열발레단의 공연을 보지 못했는데 41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다시 보게 되었다. 엘에이에도 24년 만에 공연을 한다고 한다. 세계 3대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로열 발레단에 기대를 잔뜩 하고 도로시 첸들러 극장을 갔다. 이미 발사모(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단원들과 함께 워크숍 강좌를 통해 로열발레단의 “ 마이얼링”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충분히 공부하였다.
역시 다르다. 뭔가 설명이 어려운 미묘한 차이가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면서도 정렬되어 있는 느낌. 로열발레단의 RAD 메쏘드는 내가 배운 러시아 바가노바 메쏘드하고는 다른 점을 전체 느낌에서 알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드라마 발레 마이얼링을 직접 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동화 속에서 왕자님을 만나고 해피 엔딩의 스토리가 아니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이중주…. 무엇이 그렇게 황태자 루돌프는 내면의 삶과 고뇌로 죽음을 넘나들어야 했을까? 17세의 어린 연인과 동반 권총 자살 내용도 참 파격적이다.
영화에 PG13이 있듯이 발레에도 등급이 있다. 금기로 여겨지기까지 하던 성의 표현을 예술화 시켰다. 이보다 더 남성 발레리노를 위한 작품이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고난도의 테크닉을 선보인다. 이보다 더 감정의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말이 필요 없이… 몸짓하나.. 손끝.. 발끗하나가.. 그대로 고통과 슬픔이 나에게 전달된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발레로 만들어져서 그럴까? 안무자 케네스 멕밀란이 공연 중 무대 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비극적인 스토리 때문일까?
시작 전 남성 발레리노의 기량을 최대한 볼 수 있을 거라고 스토리를 설명했더니 ” 그럼 별로 재미없겠는데.. ” 하며 남편이 대답하여 한참 동안 웃었다. 하기야 발레 공연을 볼 때 남성들의 시각과 여성이 보는 시각은 다를 것이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노래가 나오는 것도 발레 작품에서 못 보던 이색적인 시도다. 공연 내내 느껴지는 우울한 감정은 마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증후군처럼 내 주변을 어둡게 혼돈스럽게 만든다.
에로스의 사랑 타나토스의 죽음은 달라 보이지만 같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분법적이고 모순된 것들이 모두 우리의 삶에 공존하고 있다. 결국 막이 내리고 커튼콜을 할 때 나는 비로소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현실로 돌아왔다. 진발레스쿨 발사모 단원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하하호호 수다를 떤다. 나도 베체라처럼 의자에 앉아서 발끝을 포인 하며 프로그램을 읽어본다. 이래서 오늘 하루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