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리는 피나바우쉬 봄의 제전 Pina Bausch’s The Rite of Spring
피나바우쉬의 봄의 제전은 1975년 초연되었다. 이 작품이 시작된 지 49년 만에 나는 드디어 이제야 실제로 그녀의 작품을 지난 주말에 무대에서 보았다. 3년 전이었나? 피나바우쉬의 공연이 뮤직센터에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기대를 하며 제일 먼저 티켓을 샀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예술공연은 중단되고 말았다. 극장에선 티켓값은 모두 리턴해 주었지만, 그 당시 마음은 모든 예술이 사라진 것 같았고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부족함을 느끼는 참으로 슬픈 현실이었다.
이번공연도 하마터면 못 볼 뻔했다. 토요일 저녁 티켓인데 나는 다음날 일요일 오후 두 시 공연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요일 아침 에서야 이메일 본 나는 공연날짜가 지난 것을 알았다. 뮤직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일요일이라 전화를 안 받는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공연을 보는 것을 포기를 할 건가? 아니면 그래도 공연장을 갈 것인가? 나는 당연히 공연장을 간다. 날짜가 지나서 안된다고 하면 다시 티켓은 사면 되니까 말이다. 티켓 한 장당 $20을 더 내면 새 티켓을 줄 수 있다는 안내원에 말에 당연히 “ 콜 ”하며 새 티켙을 샀다. 그런데 새 티켓 좌석은 1층 중간 제일 좋은 자리이다. 내 원래 티켓은 3층이다. “ 왔싸, 야호 ” 하며 신날 때 추는 내 특유의 춤 셀레모니를 하며 좋아하였다. 좋은 좌석 덕분에 공연 내내 무용수의 섬세한 표정, 감정 하나하나가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3층 꼭대기에서 망원경 보고 볼 때와는 비교도 안된다. 역시 공연은 비싼 좌석에서 보아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피나바우쉬의 작품영상을 인터넷으로 보고 책을 보면서 그녀에 대해 잘 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현대무용의 거장이란 칭호가 따라다니고, 춤과 연극을 결합한” 탄츠 테아터 ”(Tanztheater)를 가장 주목받는 현대공연 예술 장르 가운데 하나로 확립 시킨 독일의 안무가로 단정한 긴 머리에 검은 긴팔옷, 커피와 담배 와인을 즐기고 마른 몸매, 내성적이고 겸손한 성격의 피나바우쉬는 68세의 나이에 암판정을 받고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나는 피나바우쉬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보고 나는 피나바우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참으로 놀라움 그 자체이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공연을 보면서 내가 눈물을 흘린 적은 그리 흔하지 않다. 무슨 감정이 나에게 전달되었기에 공연을 보면서 내 가슴이 저려왔을까? 피나바우쉬가 단원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말을 건다.“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춤을 추겠냐”라고 묻는다. 숙연함과 동시에 내가 그동안 왜 춤을 추며 살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 준다.
검붉은 흙이 깔린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대자연 앞에서의 우리의 무력함과 취약함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무용을 통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우리의 본성과 욕망, 두려움 잔인함 속에서도 인간의 처로움 같은 본성적인 면모를 자유로운 표현으로 솔직하게 드러낸다. 소름이 끼친다는 말이 맞을까? 단순히 춤의 공연을 넘어서 우리의 감성과 이성을 자극하는 예술로 거듭나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봄의 제전은 1913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불협화음음악에 니진스키의 초연 때 혹독한 비판으로 야유와 휘파람으로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난리가 난 공연으로 유명하다. 그 이후로 수많은 안무가에 의해 재해석되며 봄의 제전은 공연되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모두들 집에 가는데 나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무대 앞에서 서성거린다. 흙에 물을 뿌리며 무대를 정리하는 인부들을 바라보면서 내 몸은 어느새 정화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새로운 열정이 생겼다. 언젠가는 나 또한 진최의 “ 봄의 제전 ”을 만들어 볼 것이다. 예술은 나를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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