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미리 사두었던 오페라 시즌 티켓 3번째로 “ 신데렐라”를 보기 위해 도로시 첸들러 파빌리온 극장을 찾았다. 극장 앞에는 몇 주 전에도 없었던 대형 크리스마스 추리가 서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이 츄리에 반사되어 내 얼굴에 다시 비추어주고 분수대 앞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멋있게 차려입은 사람들, 대형 스크린에서는 앞으로 있을 시즌 발레 공연을 예고하며 보여주고 있다. 평화롭고 따뜻한 이국적인 분위기에 나는 흠뻑 취해 공연을 보기 전부터 “ 예술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하며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한 느낌이었다.
“ 신데렐라”는 2막6장으로 작곡가 로시니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천재다. 그는 40여 개가 넘는 오페라의 작품이 있고 칸타테, 기악곡, 성가곡 등 수많은 곡을 작곡하였다. 14살 때 오페라를 작곡하고 30대 중반에 음악을 접고 미식가로 살았다고 한다. 로시니는 해보고 싶은걸 다 해본 참으로 멋있는 인생을 산거 같다. 대표 오페라는 뭐니 뭐니 해도 “ 세빌리아의 이발사”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 중에 내가 본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에 “ 세빌리아 이발사” 오페라 공연 티켙을 샀었지만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캔슬되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더 기대가 컸다.
“신데렐라” 하면 우리 딸들이 어렸을 때 자장가로 내가 자주 불러주던 노래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불러주면 우리 아이들은 마치 요술을 부리듯 칭얼거리다가도 금방 잠이 들었다. “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놀림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하이 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샤바 하이 샤바 우리 딸내미 “ 살 라카 둘라, 멘치카 둘라 디디디 바비브뷰 “ 노래를 다시 흥얼거려보며 디즈니 동화 애니메이션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오페라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내용이 다르다. 오페라를 보기 전에 항상 미리 공부를 하고 갔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사전 지식이 없이 무작정 공연장을 갔다. 나쁜 계모 대신에 나쁜 계부 아버지, 요정도 없고, 호박, 유리구두도 없다. 그러나 구성 방식은 달라도 선과 악에 대한 근원은 같다. 관객은 즐겁게 관람하지만 빠른 템포의 파를란도로 성악가는 몹시 힘들 거 같다. 신데렐라는 구박받는 미운 오리가 아니라 현실과 당당히 맞서는 이 시대의 아가씨다. 웃음을 자아내는 위트 있고 코믹한 발레 동작은 끊임없이 나온다. 신데렐라 변신했을 때 왕자는 피루엣 글리 싸드, 제때를 한다.
주인공 신데렐라( 체네렌톨라)가 소프라노가 아니고 메조소프라노나 알토가 맡는다는 음악적 내용보다는 공연 내내 발레 동작이 한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건 아마도 나만의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선의 각도 차이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오페라를 몰라도 즐길 수 있다. 어느 시선에서 보는 것은 관람자의 자유다. 내가 느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바로 예술을 즐기는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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