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MA  나라요시토모  ( Yoshitomo Nara) 전시

 

베를린 장벽을 깬 것처럼 예술이 일 년 반이란 긴 시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잠자던 숲 속의 공주가 기지개를 퍼며 이제 깨어나고 있다. 라크마 미술관이 오픈했다는 뉴스를 듣고 예약을 하였다. 엘에이 주민이면 3시 이후에 입장이 무료이다.

평일 오후이고 예약제라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한산하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감상하며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진다. 라크마 주의에 감미로운 정경은 그동안 언제 문을 닫았냐고 하듯이 “ 어서 오세요.” 하며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맞이하여 준다. 모든 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여기가 바로 내가 사는 곳 예술이 꽃피는 LA이다.

네오팝 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 작가 전시는 무라카미 다카씨와 같이 키치적 그림이라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독특한 개성이 강한 어린아이캐릭터에서 철학적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혹시 작품을 보고 스탕달 신드롬이 나에게도 일어날까? 하는 마음에 타이레롤 하나 가지고 갔는데 눈물이 난다든지, 숨이 막힌다던지, 다리가 떨린다든지 하는 아무런 현상은 나에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수많은 그림을 가격으로 따지면 얼마일까? 하며 계산하다가 천문학적 수에 그만 놀라 지쳐 떨어져 버렸다. 내가 오늘 얼마치의 그림을 본 거야? 부자가 따로 없네… 마음이 부플어 오른다.

어떤 그림은 정말 내가 그려도 이것보다 더 잘 그릴 거 같은데 하며 웃으며 지나간다. 이 그림을 내 방에 걸어 논다면 자다 깰 때 정말 섬뜩하지 않을까? 어린아이의 커다란 눈은 내가 움직일 때마다 나를 따라온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건다. “ 나는 알고 있어…. 너의 마음을…. 네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지 …. “ 귀엽고 애정스럽다가도 우울하고… 불편하고 짜릿하고 괘씸한 감정… 현대 미술이 낯설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미묘한 감정이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인 거 같다. 알 수 없는 공감이 형성 돠다가도 다시 낯설어진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왜 미술관을 나올 때 나는 해방감을 느끼는 걸까? 비록 마스크는 써야 하고 사람들 사이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이다. 리처드 세라의 밴드, 서도호의 작품, 라크마의 상징 크리스 버든의 어반 라이트 가로등 앞에서 아라베스크 발레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오늘 하루의 행복에 감사하며 마냥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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