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발레를 기억하고 있다. ( Muscle Memory)
참 신기한 일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 3개월 동안의 긴 잠에서 깨어나 발레수업으로 다시 되돌아왔을 때 나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 선생님, 너무 오랫동안 발레수업을 못하였는데 동작을 기억할지 모르겠어요. 다시 할 수 있을까요?. 다 잊어버렸어요. 몸이 다 굳어서 걱정이네요. 새로 다시 배워야 할거 같아요. ”지난주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 모든 학생들이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수업이 시작하자 모두들 언제 3개월을 쉬었냐는 듯이 그전과 똑같은 발레수업을 무난히 해낸다. 단지 에너지가 조금 딸릴 뿐이지 모든 것이 그대로다. 4살 유아반 수업부터, 키즈반, 주니어 반, 성인반 모든 클래스가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그럼 이런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정답은 머슬 메모리( Muscle Memory)다. 내 몸에 근육이 이미 배웠던 발레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 배운 수영, 자전거, 스키, 골프, 악기 등을 오랫동안 안 하다가 우연한 기회가 되어 다시 할 경우 처음 배우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실력이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 스키를 타고나서 10년이 지난 후에 가족과 함께 빅베어 스키장에서 스키를 다시 탔었다. 걱정스러운 마음과는 달리 첫번에 아무렇지도 않게 산꼭대기에서 손을 흔들며 여유롭게 내려올 수 있었다. “ 아우 우리 엄마 스키 잘 탄다.” 하며 딸들의 칭찬에 어깨를 의쓱하며 혼자서 대견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발레는 어떠한가? 발레는 이미지를 상상하는 심상의 표현이라고 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발레의 동작에서 수많은 상상을 하라고 말한다. 앙바를 한때는 손과 손 사이에 사과를 잡은 것 같은 손 모양을 만들고, 폴드 브라를 할 때는 마치 내 팔이 빨래인것처럼 짜듯이 수평을 유지하며 수영장 안에서 물을 손으로 살살 젖는 느낌을 가지라고 말한다, 턴아웃과 풀업을 하고 걸을 때는 마치 내가 왕비가 된 기분으로 지구의 맨꼭대기에 서있는 느낌을 가지라고 말한다.
이렇듯 머릿속 상상을 통해 다른 이미지로 그려질 때, 연상을 하는 것이 바로 메타포다. 발레는 메타포로 시작되는 것이다. 예전에 경험했던 것과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을 서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발레를 안 했어도 ‘발레를 배운 기억을 통해 자기만의 노하우와 자기 관리를 하기 때문에 근육은 발레를 기억하는 것이다. “ 경험 없는 지식은 없다.”라고 말한 칸트의 선험적 철학 개념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발레를 시작하라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제대로 배운 발레는 나와 평생을 같이한다. 발레리나는 나이가 들어도 우아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