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와 인공지능이 만나면?
웨인 맥그리거 로열발레단 댄스 컬래버레이션‘ADES & MCGREGOR: A Dance Collaboration’
마이얼링의 공연이 있은지 일주일 만에 다시 도로시 첸들러 극장을 찾았다. 로열발레단 현대무용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가 LA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댄스콜라보레이션공연이었다. 발레 마니아라고 자처하던 나였지만 이번 공연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를 거 같아서 망설였다. 그러나 도로시 첸들러 극장에서 이멜로 보내준 프리뷰 영상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서 크레디트 카드번호를 넣으며 티켙을 사버렸다.
인공지능을 접목한 댄스 콜라보레이션과 단테의 신곡중 지옥편(Inferno)가 첫 선을 보인다고 하는데 무슨 뜻일까? 요즈음 메스 미디어에 인공지능 하며 자주 듣던 단어이긴 한데 발레랑 무얼 접목한다는 말인가? 이세돌이 인공지능과 바둑 겨루기를 했을 때 졌다는 정도만 아는 나에게 상당히 호기심이 가는 주제였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예술분야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따라갈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궁금해졌다. 현대무용공연이라 그럴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았다.
3개의 주제로 공연되었는데 사전에 미리 공부하고 알고 가지 않았다면 그전에 흔히 공연 되던 애매하고 스토리 모르는 현대무용공연과 무엇이 다른지, 무엇을 인공지능과 접목한 것인지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는 구글 아트와 컬처 랩 (Google Arts & Culture Lab)과 함께 개발한 안무로 댄스에 인공지능을 개입한다는. 리빙 아카이브( Living Archive)는 색다른 창작 실험무대다. 무용수의 동작을 수백 시간 분량의 비디오로 찍어 동작을 컴퓨터가 분석하고 안무가의 의사 결정 가능성을 넓히고 현재의 무용수 춤과 접촉하여 새로운 춤의 아이디어로 코드를 만든다는 입력 사후 출력 (Input – post detection – output) 단순하면서도 심플함 미니멀리스트의 개념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하나의 작품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라는 괴테가 극찬하였고, 누구나 알고 있지만 너무 어려워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으로 유명한 단테의 신곡을 발레로 보여주었다. 내가 상상으로만 하던 단테의 원형의 지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마치 물위에 내 모습이 비치듯이 떠있는 듯한 무대조명장치, 그로테스크한 음향효과, 베르길레우스의 안내를 따라 나는 지옥이 어떤 것인지를 서사시가 아니라 발레를 통해 체험할 수 있었다. 안무가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하면서 예술가는 끊임없는 연구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나 또한 발레를 향한 사랑에 오늘도 행복한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