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3M0149 난 노래를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싫어하려고 노력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까? 음악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풍금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나서 선생님께서는 반장이었던 나에게 앞에 나와 친구들에게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하셨다. 5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하여 수많은 무용공연을 하였기 때문에 무대라면 자신 있기에 앞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중간쯤이었을까? 음정을 잘못 잡았는지 한 옥타브 올라간 쉰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아이들은 책상을 치면서 깔깔거리며 웃었고 선생님조차 함께 한참을 웃었다. 그 순간 난 단상에 서서 얼어붙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주의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난 사실 노래라는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어린 시절 단순하게 웃고 지나갈 수 있는 해프닝이었지만 그 기억은 마음속에 없어지지 않는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버렸다. 그 이후로 난 누구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싫어했고 노래방을 가자고 하면 머리부터 아파지기 시작하고 모임이나 파티에서 노래를 부를 자리가 생기면 내 순서가 되기 전에 미리 도망을 가버렸다. 그러나 내가 춤을 출 때면 다르다. 화려한 스포츠 라이트에 조명을 받으며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무대에 올라섰을 때의 기분은 최고의 스타가 된 기분으로 흥분과 카타르시스에 다다르며 자신을 즐긴다.

대학 시절 친구들이 붙어진 별명이 댄싱퀸이였다.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은 노래나 춤은 같은 맥락일 텐데도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180도 다르게 반응을 보인다. 무대 공포증 누구나 다 있다고 한다. 특히 실수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있을 때 공포가 있는 경우가 그렇다. 틀리면 안 되는데 …내가 틀리 는 것을 보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신체적인 여러 가지 증상이 생기고 이 증상 때문에 더더욱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에 당황하고 불안해져서 좋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무대에 나가 공연을 한다는 것은 연예인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마돈나, 바브라 스트라이전드, 로렌스 올리비에와 같은 유명 연예인도 이러한 무대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무대 공포증은 연령과 상관없이 자아의식이 생기고 창피함을 알 수 있는 나이면 생기는 자동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 공포증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그 좋지 않았던 경험이 희석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지지하고 기대함으로써 좋은 영향을 미치는 피그말리온의 효과를 기대해 보자.

최고의 갑부 빌케이츠는 날마다 자신에게 “난 뭐든지 할 수있어”라고 스스로 칭찬의 최면을 걸었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기충족적 예언을 통해 자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최근 나는 합창단에 입단했다. 노래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 아직은 남들 앞에서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나 배워보니 내가 무척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춤과 노래를 동시에 잘하는 나를 상상하며 “너희들 이젠 다 죽었어.” 하며 혼자서 킥킥대며 야릇한 미소를 입가에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