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8364#

 

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자 이를 막기 위해 LA시는 지난 3월 15일부터 한 달이 넘도록 비필수 사업체의 운영을 중단하라는 자택 대기(Safer at Home) 행정명령을 내렸다. 덕분에 한 달 넘도록 LA 시민들은 집안에 콕 박혀 있는 중이다. 이번 주가 지나면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기대했었지만 아직 전염병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LA시 정부는 자택 대기 행정명령을 오는 5월 15일까지 연장했다.

진발레스쿨의 진 최 원장 역시 행정명령에 따라 학원 문을 닫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도 높게 실천하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수업을 제공하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그녀는 온라인으로 발레 스튜디오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진 최 원장은 LA한인회의 부회장으로도 봉사하고 있는데, 매달 열리던 한인회 예술분과위원회의 ‘문화의 샘터’ 강좌 역시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진발레스쿨의 진 최 원장의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운동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물리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가깝게 소통하며 안부를 묻고 불안에서 벗어나고 배려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어요. 이럴 때일수록 집에 있으면서도 운동을 계속하면서 건강과 면역력을 길러야 할 거예요. 밖에 나가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잖아요? 발레의 스트레칭 동작들은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건강을 챙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한인 커뮤니티의 모든 세대들이 따라하기 쉽도록 ‘집에서 하는 초간단 발레’라는 제목의 무료 온라인 클래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온라인 발레 클래스를 시작한 진발레스쿨의 진최 원장>

진 최 원장이 선택한 스트리밍 매체는 카카오톡 온라인 라이브콜과 줌(Zoom),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하다. 많은 플랫폼에서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서로 대화하고 토론을 할 수도 있다. 라이브 클래스가 끝나고 나면 녹화해둔 것을 다시 유튜브에 올린다. 첫 수업은 지난 3월 30일 월요일 오후 7시였다. 그 뒤, 월요일 오후 7시와 금요일 오후 2시 일주일에 두 차례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클래스는 그녀도 처음이다. 스튜디오에서였다면 그녀가 시범을 보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자세를 보고 직접 고쳐주는 것에 더 집중한다. 그런데 온라인 클래스에서는 지켜보고 있는 학생들을 바로 앞에 있다고 상상하며 카메라 앞에 서서 보여야 하니 스스로가 더욱 정확한 동작을 연습하게 되는 게 큰 차이라고.

댄서들은 하루 이틀만 연습하지 않아도 몸이 금방 이를 느끼잖아요. 자택 대기 명령으로 클래스를 2주 정도 쉬던 때에는 몸이 너무 갑갑하더라고요.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몸을 충분히 스트레치 해주니까 수업에 참가하는 이들도 혜택을 보겠지만 1차적 도움을 받는 것은 제 자신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이 되는 가운데 시범을 보이는 진 최 원장>

최근 각급 학교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추세다. 강의만 한다면 온라인으로 충분하겠지만 발레 수업은 몸으로 직접 보여줘야 하고 학생들이 하는 것을 고쳐줘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어쩌면 이제 다시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는 만큼 온라인 발레 클래스는 미래를 위한 실험이자 도전이다.

앞으로는 모든 것이 온라인 클래스로 바뀔 것 같아요. 누구든 시작해야겠죠. 그래서 용기를 내서 시작했는데, 잘 한 것 같아요. 그렇게도 미뤄왔던 유튜브 업로드 법을 공부하고 편집하고 있어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동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하니까 되더라고요. 궁하니까 통한 것이죠. 어느새 유튜버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예요. 편집도 자꾸 하니까 재미있는데요.

진 최 원장은 온라인 클래스로 학생들의 테크닉이 대단하게 향상되리라고는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지난 몇 주간 못 만났던 학생들을 SNS로 연결하고 연습을 독려하며 소통할 수 있는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고 경기가 차츰 회복되더라고 예술 부문의 회복은 가장 나중에 올 것 같아요. 예술가들은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힘들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도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온라인 클래스는 지역적 제한이 없다 보니 한국에서도 이를 보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의외로 반응이 좋아 그녀는 용기를 갖고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 케이팝 댄스 수업도 온라인으로 하려 하고 있다. 진최 원장은 한국에서 선화예술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2004년 미국으로 건너온 후 진 발레스쿨을 열어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 진발레스쿨에서는 클래식 발레뿐만 아니라, 탭댄스, 케이팝 댄스,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종류의 댄스를 모두 커버하고 있다. 진 최 원장은 발레와 케이팝 댄스를 주로 가르친다. 발레와 케이팝 댄스 외에는 과목마다 강사를 별도로 두고 있다. 총 10명의 강사들이 있다.

<주니어 케이팝 댄스 클래스>

<아크로바틱 클래스>

진발레스쿨에는 유아, 중고등학생, 성인, 노년층 등 다양한 연령별 클래스를 두고 있다. 가장 어린 학생은 2살 반, 가장 연로한 학생은 80세를 넘긴 분도 있다. 학생들은 모두 100명 정도이고 그 가운데 30명 가량은 비 한인들이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한 클래스는 10명을 넘지 않게 구성한다. 진발레스쿨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정기 무용 발표회를 하는데 고급반은 발표회에 올릴 작품을 평소에 연습한다. 학생들은 요양병원을 찾아 공연을 펼치는 등 커뮤니티 봉사에도 적극적이다.

<어린이 발레 교실>

<주니어 발레 교실>

<다시 댄서로서의 꿈을 찾아주는 성인반 클래스>

<지난 1월 3일, LA 한인회와 함께 한 윌셔요양병원 공연>

지난해 진 최 원장은 삼일 만세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삼일절 퍼레이드’ 준비위원장을 맡았었다. 이 행사가 한인 2세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바르게 알리고 우리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최 원장은 약 두 달 동안을 삼일절 퍼레이드 준비에 올인했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것이 창작 무용, <그날의 함성 잊지 않으리 (We will not forget the day)>였다. 음악 선정에서부터 의상, 안무, 배경까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최 원장은 진발레스쿨의 학생들과 함께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만세 운동 퍼레이드를 재현해냈다.

준비하면서 잘 몰랐던, 아니 관심도 없었던 우리의 조국과 역사를 다시 배웠습니다. 이제는 태극기만 들어도, 애국가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우리는 하나’라는 말의 참뜻을 알게 되었어요. 참가한 학생들 모두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꼈고 미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결심했던 행사였습니다.

진최 원장은 최근 방탄소년단이 <블랙 스완>을 발표했을 때, 학생들과 함께 <블랙 스완> 안무를 만들어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블랙스완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고 있는 진발레스쿨의 학생들>

<블랙 스완> 첫 장면에 보면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 첫 번째 죽음은 무용수가 춤을 그만둘 때다. 그리고 이 죽음은 훨씬 고통스럽다’라는 마사 그레이엄의 명언이 나옵니다. 저는 <블랙 스완>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완전히 매료됐어요. 왜 전 세계가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진 최 원장은 엠엔(MN) 댄스 컴퍼니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대중음악을 현대무용과 접목해 고급 예술로 승화했다는 찬사가 곳곳에서 나올 만 하다.”고 평했다.

조용필 노래에 ‘오빠’를 외치던 세대인 제가 <블랙 스완>을 보고 나서는 열혈 아미가 되어버렸답니다. 이제 시간만 나면 방탄소년단의 동영상을 찾아보며 그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됐어요. <블랙 스완> 음원이 나오자마자 저는 안무를 시작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쳤어요.

진 최 원장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 마사 그레이엄의 테크닉은 현대 무용 수업의 필수 과목이었다고 말한다. 거의 매일 맨발로 점프하고, 마룻바닥에 뒹굴어 온몸에 멍이 가득 했던 시절이었다. 연습으로 몸이 하루도 성했던 날이 없었다고 최 원장은 기억한다. 신체의 균형과 불균형이 수축과 이완을 통해 하나의 동작으로 연결된다는 마사 그레이엄의 철학적 메시지를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했다.

무용은 아름답고 화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내면적 표현의 움직임 자체가 춤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방탄소년단의 세계관과도 일치한다고 생각해요.

진 최 원장은 방탄소년단이 초창기 무명 시절, 수년간 하루 13시간씩 춤을 연습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글로벌 스타로 성장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진 최 원장은 방탄소년단의 신곡이 나올 때마다 주니어반 청소년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무용작품을 만들고 함께 공연을 했다.

<11회 정기무용발표회 기념사진>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죠. 우리 2세 아이들이 방탄소년단의 <아리랑>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는 정말 너무너무 진지해져요. 춤은 단순한 춤 동작을 배우는 것이 아니랍니다. 춤 속에서 우리는 삶을 배우는 것이죠.

※ 사진 출처 : 진 최 제공

통신원이미지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