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회(회장 로라 전) 문화 예술 분과 위원회는 11월12일 화요일 오후 6시 30분 “문화의 샘터”무료 문화 강좌를 개최한다. 이번 강좌는 켈리포니아 롱비치 주립대학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강의하는  박선욱 교수의  “한국 술의 가치와 국제화를 위한 논의.

 

박선욱 교수는 지난 3 동안 한국 정부 기관 민간 사회단체와 한국 술을 주제로 국내외 학술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한국 술의 풍부한 문화성과 가능성에 매료되어 서울과 엘에이에서 한국 만들기 워크숍과 강연을 계속 하고 있다. 이번 한인회 문화의 센터 강좌에서는 참석한 여러분께 한국 술의 모습과 현대 사회에서의 참다운 가치, 21세기 범세계적 관점에서 한국 술의 가능성에 대해 강의와 문답을 한다.

 

. LA 한인회 문화의 샘터는 한인사회 문화 역량을 높이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2017년 3월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28회가 진행되었다.

한국 술의 가치와 국제화를 위한 논의

 

박선욱 교수

 

뉴욕 리핀코트社에서 삼성그룹 리브랜딩 작업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글로 기업들과 비영리기관의 브랜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모교인 아트센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롱비치 미술대학의 정교수이자 앤드랩아트디 자인연구소 대표를 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세대학교에서 방문학자와 객원교수 등으로 활동하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제고와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 

BRAND & CORPORATE IDENTITY: 

(금융) 한미은행, BBCN은행 (화장품·제약·건강) BENEV, Lanu, Cellum, Colgate-Palmolive, PacifiCare, Guidant, HepaHope, 7 Hands, Bioprile, Cyclic, 

(영화) Imaginus Zoo, Black Hole Screenings (스포츠레저) BeachBody, Sante Fe Sports, SOAP, (음료·식품) Emei Water China, CHADO, Tuning Fork, Maison Riz, 

Judyfoods, CoffeeWalk (소프트웨어) Mindtix, BlueFractal (글로벌기업) SAMSUNG Corp., BellSouth Corp. (비영리부분) 미국 남가주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아프리카 우간다 AGYA, 

고대마야문자연구소 MAM, 미국 L.A. 김영옥중학교, 미국심장협회 

MARKETING & PROMOTION ELEMENT DEVELOPMENT: 

Disney’s Pete’s Dragon, HYUNDAI Motors, Speedo, ANTA, JINRO Corp, JayOne, KIA Motors, Payless Shoesource, Revive

 

한국 술의 가치와 국제화를 위한 논의

박 선 욱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롱비치 교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국문요약

 

한국의 술은 이름이 없다. 한국 전통 술은 세계시장에서 ‘한국 사케’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국을 비롯하여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아시아의 술은 세계의 보물이자 현대 식품과학 산업의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이제는 이러한 중요한 인류 무형문화유산 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때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주 목 받으려면 브랜딩이 필요하다. 이에는 통일된 목표, 장기적인 관점에 따른 계획 과 지속성, 인내와 함께 무엇보다 전략이 필요하다.

 

주제어: 브랜딩, 무형문화유산, 국제화, 술.

 

 

 

 

1.               브랜드(Brand)와 브랜딩(Branding)

브랜드(Brand)는 일반적으로 재화나 용역의 생산 또는 공급자가 자신 것을 남들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어떠한 상징물을 말한다. 여기에서 단순한 상품 식별에만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사회, 문화적 요소 등과 결합하여 궁극적으 로 시장에서 제품 판매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데 이러한 상징체계의 총합을 브랜드 라고 넓게 해석하기도 한다. 브랜드는 현대 사회에서 마케팅 또는 상품 디자인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하고 있지만, 사실 그 연원은 매우 오래된 것이다. 기원 전 2700여 년 전 이집트인들은 자신이 소유한 가축을 식별하기 위하 여 불에 달군 인두로 동물의 피부에 인장을 새겼는데 이를 브랜드의 시원으로 보 는 견해가 매우 유력해보인다.

 

브랜딩(Branding)은 다시 말해 경쟁사 또는 경쟁상품과 구별하기 위하여 소비자 의 인식에 오래도록 인상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어떠한 소통 방안(a set of marketing and communication methods)을 설정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흔 히 로고와 표, 이름짓기로 상징되는 브랜딩 작업은 대상물의 정체성(identity), 교 감과 소통능력(communication), 지지층을 형성하는 충성도(loyalty), 다양한 운영 전략(management strategy) 등을 바탕에 두고 설계된다. 이처럼 특수하고, 고유 한 것을 좇으면서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게 하려 는 작업은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고도의 전문화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하나 있다. 즉, 브랜딩을 한 마디로 요약해 본다면 그 것은 ‘ 교감과 소통’이다. 인간이 대화, 즉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언어든 몸짓이든 어떠 한 매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화는 자기만 아는 언어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대 화를 성립 시키기에 앞서 생각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의 생각을 알지 못하면 대화 를 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게다가 생각을 알기는 하겠는데 받 아들일 수 없는 경우는 더더욱 난감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대한 예로는 미국 뉴욕에 있는‘자유의 여신상’과 캘리포니아 센페드로에 있는 ‘우정의 종각’이 있다. 둘 다 미국 내에 있는 조형물이고, 미국인들이 외국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전자는 미국인들에게 지금껏 사랑받고 있고, 미국의 정신을 상징한 지 오래되었다. 후자는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이며, 왜 보내졌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는 디즈 니의 영화, ‘라이온킹’과 ‘포카혼타스’도 마찬가지 사례이다. 전작은 인류가 보편적 으로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담고 있으나, 후작은 자칫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종과 문화에 대해 치우친 해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시사해주는 바는 소통의 매개는 생각을 토대로 해야 하며, 이 생각은 상대를 잘 알고, 이해하며 더 나 아가 사랑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각기 언어만 다를 뿐이지 그 마음은 같다. 이에 대한 예로 ‘에비앙(Evian)’ 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에비앙이 고급 생수의 대명사가 된 데는 인간의 공통심리 를 간파한 점이 주효했다. 그것은 ‘신비’, ‘젊음’과 같은 핵심어를 추출한 것을 말한 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남과 다른 존재로 주목받기를 은연중에 기대하며, 조금이 라도 젊어지기를 갈망한다. 에비앙의 광고카피와 상징에는 이러한 점을 중심에 세 워 잘 녹여내고 있다. 앞서 브랜딩은 소통이라고 했지만, 이는 결국 사람의 기억 속 에 남게 하려는 목적에 의미를 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브랜드는 기억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떠한 브랜드를 하나 창작했다고 가정해보자. 그것을 지나가 는 사람이 볼 수도 있지만 안 볼 수도 있다. 또한 보았다 하더라도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브랜드가 사람의 뇌 에 구축되는 것이다.

 

결국 브랜딩은 세 단계로 논해볼 수 있는데, 첫째는 알아야 하고, 둘째는 좋아야 하 고 셋째는 그래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단계까지 가려면 결국 브랜드 자체 이야기가 매우 견고해야만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논점이 있다. 브랜드가 시장에서 통용될 때 그 스토리는 거 짓이어서는 안 된다. 만들어낸 것일지라도 그것은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이어 야 한다. 이것이 모두에서 말한 ‘브랜드는 사회적, 문화적 총합의 상징체계’라는 점 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이 상징체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져야 궁극적인 성 공을 가져올 수 있다.

 

2.  한국 술 브랜딩 전략과 국제화 전망

앞 절에서 살펴본 브랜딩의 의미와 핵심어를 생각하면서 한국 술의 브랜딩 전략을 논하려면 그에 앞서 한국의 고유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국을 상 징하는 것을 들어보면 사람들은 ‘달항아리’, ‘마당놀이’, ‘한옥’, ‘한복’ 그리고 ‘한식’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이들로부터 전해지 는 것은 ‘변화와 섞임’, ‘호흡 과 소통’, ‘해학과 재치’, ‘느슨함과 편안함’과 같은 인상이다.

 

이를 브랜딩 과정으로 풀이해보면 중심인자(Core) ― 감성 (Emotion) ― 상징 (Signature)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즉, 중심인자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 던 것으로서 예컨대 한국인의 인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인성은 결국 행동 으로 나타나는데 변화와 섞임, 

느슨함과 편안함과 같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유산 이 전승되어 결국 달항아리, 한복, 한옥과 같은 유형의 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 히, 한국의 술은 이 가운데에서도 핵심이라고 할만하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발효음 식 문화의 한 줄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술이 국제화 될 수 있는 전망이 바로 여기 에 담겨 있다. 발효음식과 발효 문화는 인류 문명사를 써내려온 보편적인 코드였으며, 현재도 지구상 어디에를 가든 통용되는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2018년 6월과 7월에 걸쳐 논자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그것은 외국에 서 두 달 여 일정으로 한국 고려대학교에 국제캠퍼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 한국 술을 실제 빚어보고 그것을 브랜딩 하는 프로젝 트를 수행했는데 결과는 예상을 넘는 것이었다. 그것을 토대로 한국 전통주병 콘셉 트 디자인 작업과 3.1운동 100주년 기념 라벨의 기초를 세웠기 때문이다. 프로젝 트에 참여한 대학생 가운데에는 한국 술은 고사하고 술이라는 것은 생애 처음으로 대한 학생도 있었다.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치러진 일이어서 결과는 신선하고 명 쾌했다. 앞 절에서 말한 바, 술 브랜딩 역시 서로를 알고, 좋아진 연후에 결국 사랑 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 프로젝트의 과제는 한국 고유의 가양주문화에 기반 한 소규모 지역특산주였다.

 

그러나 한국 술을 논제로 할 때 소위 희석식 소주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희석식 소주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술이다. 이는 마치 ‘맥도날드’, ‘코카콜라’처럼 세계 적인 브랜드와 궤를 같이 한다. 무엇보다 마케팅 측면에서 ‘신라면’과 같이 세계인 의 브랜드가 된 것에 대해 칭찬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의 출발이 있다. 한국 술이 해외에서 ‘코리안 사케’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이 목격되고 있다. 자국에 서 조차도 전통주니 약주니 알 듯 모를 듯 상품의 선택을 모호하게 하는 용어가 쓰 인다. 한복을 ‘코리안 기모노’라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시 말 해 한국 술은 이름이 없다. 없다는 것 보다는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브랜딩 작 업에서 소통 이전에 생각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와 연결된다.

 

(한국 술 이름짓기)

술의 어원에 관해 근세사에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20세기 초 육당 최남선 (1890∼1957)의 『조선상식문답』이 있다. 육당은 중앙아시아와 인도 부근에 살았 던 민족의 말 가운데 한국의 술과 같은 뜻을 가진 말로 ‘Sura’, ‘Seri’, ‘Ser’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술이라는 단어의 연원으로 피력한 부분이 있다. 언어학이나 문 화인류학적 접근은 인문학 연구자들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논제에서 접어두 기로 한다. 본고에서는 산업적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한 것만을 논의하기로 한다.

 

그것은 한국 술의 영문이름 표기에 관한 것이다. ‘술’을 영어로 표기하면 ‘sool’또 는 ‘suul’로 적을 수 있다. 브랜딩 측면에서는 전자 보다는 후자에 확장 가능성이 더 많다. ‘sool’은 어감 상으로 그렇지만 조형적 측면에서만 볼 때도 단순하고 신비롭 지 못하다. 그러나 ‘suul’은 조형적으로 보기에도 안정감이 있을뿐더러 발음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풍부한 어감을 준다.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sool’이든 ‘suul’이든 결국 술이라는 브랜드의 범주(category)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이러한 카테고리와 함께 제품의 이름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장 에서 술이라는 범주에는 크게 탁주, 청주(법률 상 약주로 분류), 소주가 들어있다. 이 들에 대한 이름은 다시 영문으로 takju, yakju, soju로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차 에 ‘unfilteredsuul’, ‘filtered suul’, ‘distilled suul’이라고 구분하는 것도 검토해볼만한 가 치가 있다. 이렇게 하면 희석식 소주에 대해서는 ‘blended Korean suul’이라는 설명 이 따르게 된다.

 

브랜딩 작업에서 중요한 이름짓기(naming) 방식에는 세 종류가 있다. 버드와이저 와 같은 즉흥적인(random) 방식과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이나 IBM과 같은 서술적인 (descriptive) 방식, 그리고 애플컴퓨터와 같은 은유적인(suggestive) 방식이 그것이 다. 이들은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전문가들 이 아무리 정확한 개념 정의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고 옳으니 그르니 하고 주장을 해 도 사람들은 부르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이름을 부르게 마련이다. 그렇지 못한 제품 은 잊히게 마련이다. 다음 표1은 한국어로 된 이름을 발음 그대로 쓰거나 직역하지 않 고 영어식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이름을 지은 사례이다.

 

지난 프로젝트에서 막걸리를 어떻게 자리매김(positioning) 해야 하는가를 놓고 여러 갈래가 나왔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제품’보다는 ‘경험’을 상품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막걸리는 상당히 즉흥적이고 역동적이지만 한국인들이 술 이라기보다는 “물로 된 밥”이라고 부를 만큼 친(親)자연, 친(親)인간적인 면모가 강했 다. 이러한 특성은 장기적인 비전을 두고 문화로 접근하는 전략이 더 주효하다. 즉, 경 험을 상품화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주는 한국의 술 가운데 가장 빨리 세계시장에 파고 들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그것은 맛에서도, 유통 상 에서도 그리고 성(aging)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여타 다른 나라의 술과 많은 차별화 지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술 가운데 한국의 술에 관한 브랜딩 전략을 주요 논제로 했다. 그 러나 사실 한국의 술, 아시아의 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 러 나라의 술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강하고 힘차게 전승되어 온 맥락을 함께 공유하 고 있다. 자연히 이들에 대한 브랜딩 전략이나, 국제화 전망 또한 서로 다른 궤적을 그 릴 이유가 없다.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알아 가는 과정에서 더욱 좋아지고 마침내 사랑에 이르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